금값, 안전자산 신화 흔들리나…중국 개미 이탈에 가격 조정 우려

금값, 안전자산 신화 흔들리나…중국 개미 이탈에 가격 조정 우려

금값, 안전자산 신화 흔들리나…중국 개미 이탈에 가격 조정 우려 썸네일

한때 ‘인플레이션 헤지’와 ‘불황기의 피난처’로 불리던 금이 최근 들어 힘을 잃고 있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다시 높아지고,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금 매수세까지 꺾이자 금값은 하락세에 접어드는 분위기입니다. 비트코인, 은, 백금 등 다른 자산이 상승 흐름을 타는 반면, 금은 5월 이후 박스권에 갇혀 변동성만 키우고 있습니다.

국제 금값, 고점 대비 3% 하락…중국 개인 자금 이탈

7월 17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3345.3달러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지난달 중순 기록한 고점 대비 약 3% 하락한 수치입니다. 금값이 고점을 넘지 못하고 하락 반전한 배경에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둔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약 63톤에 달하는 금을 사들였습니다. 이는 중국 인민은행의 금 매입량보다 30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5월 들어 중국 정부가 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를 통한 금 매수를 제한하면서 시장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시중은행을 통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신용대출로 금을 사들이는 행위를 단속하기 시작했다”며 “이 조치가 개인 수요를 급격히 약화시켜 금값 상승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은·백금 등 대체 자산의 부상

금값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유동성 장세 속에서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자산의 부상입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젊은 투자자층의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고, 은이나 백금처럼 실물 수요가 뚜렷한 산업용 금속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은이나 백금이 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헤지와 더불어 산업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 연구원은 “글로벌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인하되면 향후 18개월 간 제조업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안전자산보다는 성장 자산이나 실물 수요가 강한 자산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국내 금 ETF도 숨 고르기…자금 유입 둔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금 관련 자산에 대한 관심은 다소 식은 모습입니다. 올 들어 ‘ACE KRX금현물 ETF’에 약 5600억 원이 유입되었으나, 최근 한 달간은 자금 순유입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금값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한 투자 전문가는 “최근 투자자들은 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기술주,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의 투자 매력도는 예전보다 줄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마무리: 금의 역할 변화 속 투자 전략은?

금은 오랜 시간 동안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려왔지만, 최근의 시장 변화는 그 역할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제조업 지표, 유동성 흐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지금, 금이 예전과 같은 독보적 자산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향후 금값이 반등하려면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급등, 경기 둔화 등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이 부각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전까지는 금보다는 대체 자산의 흐름을 주시하는 것이 보다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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